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면 잘하게 된다. 흔히 퍼져있는 믿음이다. 그러나 이런 통설과는 다르게 즐기기만 하다 보면 자동으로 탁월한 실력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식과 자신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더닝 크루거 곡선의 축을 노력과 재미로 치환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 그래프에 따르면 무지의 꼭대기에서 큰 재미를 얻을 수 있는데, 목표가 재미인 사람은 저 구간에 집중해야 효율이 좋을 것이다. 노력대비 쉽게 큰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료(도서, 강의 등)도 대부분 이 구간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높은 성과를 이뤄내려면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고통이 뒤따른다. 이 과정은 재미가 없을수도 있다. 어려운 내용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느라 두통이 올 수도 있고 시간 안에 과제를 해결하느라 잠도 못 자고 밤을 지새울수도 있다.
개발에서 재미가 목표인 사람, 개발이 취미인 사람은 효율 좋은 구간에서 성취감만 즐겨도 된다. 하지만 높은 실력을 원하는 사람은 목표가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계속 본인의 수준보다 어려운 과제에 도전해야 한다. 물 흐르듯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어려운 과제가 나를 찾아오지는 않으니 어려운 과제를 찾아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어려운 과제를 찾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열정적인 다른 경쟁자에게 뒤쳐져서 탁월한 개발자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탁월한 개발자는 남들이 불피 못하는 과제(난이도나 시간적으로나)를 해결하는 사람이지 개발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다. 개발에 대한 흥미는 탁월한 실력을 일구는 보조제에 지나지 않는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야 하는데 흥미없는 다른 목표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나는 14살 때 부터, 햇수로 따지면 약 10년 동안 계속 프로그래밍을 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나의 일을 사랑한다는 것을 증명할 뿐, 이 점이 나의 실력을 증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프로그래밍은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 또한 효율적으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구간에 집중하였다. 흥미로운 것이 있으면 책 한 권 정도 떼고 토이 프로젝트 하나 만들고 또다른 흥미로운 지식을 찾아 나섰다. 또 프로그래밍만 재미있었던 건 아니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만 많이 하면 지루한 시점이 오고 머리 아프기 때문에 개발 좀 하고 나면 입시 공부하고 게임하고 놀았다. 좋은 학교에 가서 몸을 맡기면 자동으로 나를 탁월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다.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알아서 경쟁자들보다 탁월한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1~2년 공부한 개발자보다 내 실력이 좋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런 사람들은 실력 좋은 개발자가 되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지식을 찾아 쌓아 나가며 목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딩 열풍이 불기 시작한 최근 2년 사이에 그런 경우를 많이 봤다.
결론
- 오래 했다고, 많이 했다고 자만하지 말자
- 시작하는 사람들은 천재가 많다고 주눅들지 말자
- 고수들도 있지만 속 빈 강정들도 많다
-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목표에 집중한다면 충분히 추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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