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전광판 UI, 왜 헷갈릴까?
경로의존성에서 본 인터페이스의 맥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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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대기인 줄 알았어요…”
며칠 전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대기 전광판 앞에 섰습니다.
번호는 108번. 화면 왼쪽엔 ‘106, 107, 108’, 오른쪽엔 ‘104, 105’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왼쪽이 대기 중이고, 오른쪽이 조리 완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제 번호가 오른쪽에 남아 있는 겁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 “아, 왼쪽이 완료예요. 가져가셔도 됩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아니, 그럼 이미 나와 있던 건데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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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헷갈릴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구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입니다.
정보의 흐름도 일반적으로 좌 → 우, 이전 → 이후, 진행 중 → 완료 방향으로 기대하죠.
그런데 버거킹의 전광판은 이 흐름을 거꾸로 뒤집고 있습니다.
왼쪽: 조리 완료
오른쪽: 조리 대기
그래서 저처럼 처음 보는 사람은 혼란에 빠지기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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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이란?
이 문제는 단순한 배열 실수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초기의 선택이나 관행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지되며,
더 나은 방식이 있어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
버거킹 전광판 UI도 초기 개발 당시의 설계 방향(예: 주방 동선, 내부 시스템 기준, 해외 매장 포맷 등)에 따라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 결정된 구조가 사용자 경험보다 우선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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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자
이제는 바뀔 때입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같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안: UI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왼쪽에 ‘조리 대기 중’ 번호를,
오른쪽에 ‘조리 완료’ 번호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정보 흐름을 따르도록 구성합니다.
추가적으로…
"조리 중", "조리 완료" 라벨을 크고 선명하게 표시
조리 완료 항목에는 초록색 강조 표시나 진동/음성 안내 기능 추가
일부 매장부터 A/B 테스트 진행 후 점진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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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원래 그렇게 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한다’는 것은 디자인의 함정입니다.
하지만 UI/UX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작은 헷갈림이 반복되면, 결국 브랜드에 대한 경험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버거킹의 전광판, 이제는 사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할 때입니다.
햄버거는 맛있지만, 기다림은 혼란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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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대기 전광판 앞에 섰습니다.
번호는 108번. 화면 왼쪽엔 ‘106, 107, 108’, 오른쪽엔 ‘104, 105’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왼쪽이 대기 중이고, 오른쪽이 조리 완료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제 번호가 오른쪽에 남아 있는 겁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 “아, 왼쪽이 완료예요. 가져가셔도 됩니다.”
순간 멍해졌습니다. 아니, 그럼 이미 나와 있던 건데 그냥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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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헷갈릴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구성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입니다.
정보의 흐름도 일반적으로 좌 → 우, 이전 → 이후, 진행 중 → 완료 방향으로 기대하죠.
그런데 버거킹의 전광판은 이 흐름을 거꾸로 뒤집고 있습니다.
왼쪽: 조리 완료
오른쪽: 조리 대기
그래서 저처럼 처음 보는 사람은 혼란에 빠지기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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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의존성이란?
이 문제는 단순한 배열 실수가 아닙니다.
그 배경에는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이라는 개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 초기의 선택이나 관행이 시간이 지나도 계속 유지되며,
더 나은 방식이 있어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현상
버거킹 전광판 UI도 초기 개발 당시의 설계 방향(예: 주방 동선, 내부 시스템 기준, 해외 매장 포맷 등)에 따라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 결정된 구조가 사용자 경험보다 우선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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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바뀔 때입니다. 더 많은 사용자가 같은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안: UI를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왼쪽에 ‘조리 대기 중’ 번호를,
오른쪽에 ‘조리 완료’ 번호를 배치해
자연스러운 정보 흐름을 따르도록 구성합니다.
추가적으로…
"조리 중", "조리 완료" 라벨을 크고 선명하게 표시
조리 완료 항목에는 초록색 강조 표시나 진동/음성 안내 기능 추가
일부 매장부터 A/B 테스트 진행 후 점진적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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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하며
‘원래 그렇게 했기 때문에 계속 그렇게 한다’는 것은 디자인의 함정입니다.
하지만 UI/UX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작은 헷갈림이 반복되면, 결국 브랜드에 대한 경험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버거킹의 전광판, 이제는 사용자 중심으로 다시 설계할 때입니다.
햄버거는 맛있지만, 기다림은 혼란스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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